'통상임금' 시효 늘리자..회사 상대 내용증명 봇물

연말 우체국 북적....연차수당, 임금채권 소멸 시효 연장머니투데이|김평화 기자|입력2013.12.30 15:37
  • [머니투데이 김평화기자][연말 우체국 북적....연차수당, 임금채권 소멸 시효 연장]

    직장인 A씨는 27일 직장 근처의 우체국을 찾았다.

    연말에 우체국에 이용객이 몰리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A씨는 우체국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통상임금 판결 때문"이라는 것.

    30일 우체국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 대법원판결 여파로 직장인들이 회사를 상대로 보내는 내용증명 우편이 급증하고 있다.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 범위가 늘어나면서 1월에 지급되는 연차수당도 늘어나게 된다. 새해가 되면 3년 전 임금채권이 소멸되는데, 그전에 시효를 연장하기 위해 사측에 직접 내용증명을 등기로 보내려는 회사원들이 우체국을 찾으면서 우체국도 평소보다 붐비고 있다는 것.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간 80% 이상 개근한 경우 기본 15일(계속근로연수 2년마다 1일 가산)의 연차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자가 1년간 사용하지 않은 연차유급휴가에 대해서는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연차수당은 월급여액(기본급)을 209(월 근무시간)로 나누고 8(일 근무시간)을 곱한 값이다.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주 40시간 규정에 따른 수치다. 예를 들어 기본급이 209만원인 직장인의 연차수당은 하루에 8만원(209/209*8)이다.

    대법원은 18일 자동차 부품사 갑을오토텍 근로자와 퇴직자 29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 2건에 대해, 1개월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한 상여금도 휴일·야간·연장근로 가산 급여, 해고 예고 수당, 연차 수당 등과 함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이 늘면서 연차수당도 늘게 됐다. 이로 인해 각 기업의 노조들은 대표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르면 3년간 행사하지 않은 임금채권은 소멸된다. 단 내용증명 이행 최고 후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내용증명이 상대방에게 도착한 시점에 소급해 시효가 6개월 연장된다. 회사원들이 회사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찾는 이유다. 노조가 사측과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노동관행상 부역의 부담이 크면 과거분에 대해서는 추가 청구를 불허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과거분에 대해서는 추가청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소급 적용에 대해선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급 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판결 이전에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추가임금 청구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경우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이 지금까지 노사합의와 관행으로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정해져 온 부분을 인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다행"이라고 해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용증명 후에 노사가 협상을 벌여 기업이 인정해주면 사원 입장에선 좋겠지만, 안주면 소송에 들어가게 된다"며 "내용증명 등기를 보내는 것은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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