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특별합의와 별개로 소송을 제기한 직원 2,000여 명에게 500억 원에 가까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마은혁)는 기아차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에 대해 각각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아차 직원 2,446명은 2건으로 나눠 소송을 제기했으며, 판결 결과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총 479억4,000여 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960만 원 정도다.

소송 쟁점은 임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이 지나기 전 노조 대표가 제기했다가 취하한 소송을 일부 직원들이 다시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임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감안해 2011년과 2014년, 2017년 각각 과거 3년분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초기 근로자들이 모두 소송에 참여해 원고가 2만7,000명으로 늘어나자 재판이 길어졌다. 2011~2014년분 임금청구 소송을 낼 때까지 2008~2011년분 소송의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노사는 일부 대표자만 소송을 내고 그 결과를 전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1·2심에서 패소한 기아차가 소송을 취하하거나 부제소 동의서를 회사에 제출한 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특별합의를 제안했고, 노조 대표자 13명은 이를 받아들이고 소를 전부 취하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이에 반발해 2019년에 재차 2011~2014년분 임금을 달라는 개별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차는 재판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대표 소송에 동의한다던 종전 합의를 깨고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차 측은 "원고들도 대표 소송 합의를 받아들여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거나 적어도 제소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개별 소송을 인정하더라도 소멸시효에 따라 청구권이 사라졌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직원 2,446명은 신속한 소송을 위해 개별 소송에 나서지 않기로 합의한 것일 뿐, 재판청구권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받아쳤다.

재판부는 "피고(기아차)와 노조 사이에 대표소송 합의가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근로자들이 피고와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직원들 주장을 받아들였다.

기아차가 대표소송에 합의한 직원들은 시효와 상관없이 판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태도를 보였던 만큼,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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