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부의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진상조사단’(단장 한정애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주간 산업은행을 포함한 8개 금융·공공기관을 조사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시 불법·인권유린 확인=한정애 단장은 “8개 조사기관 모두 과반수 노조가 있음에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따른 법적 절차인 과반수 노조 동의를 받지 않고 직원 동의서를 근거로 이사회 의결을 강행했다”며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변경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다수 기관에서 직원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부서별로 할당하거나 찬반 여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들의 동의가 저조하자 수차례 상급자 면담을 하는 등 강압적으로 동의서를 징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사회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이사들의 의사결정을 유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기관은 이사회 개최일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관련부서 직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까지 요구했다.

◇“근기법 위반 고발·인권침해 인권위 제소”=더불어민주당은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를 묵과할 수 없으며 고발할 것은 고발하고 국회에서 따질 것은 따지겠다”고 말했다. 과반수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를 강행한 기관은 근기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한다. 직원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제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사기관들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통과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한 것은 이 장관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노동법 준수를 지도·감독해야 할 장관이 탈법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노사교섭을 방해한 이유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는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여야정 민생회의 합의 미이행에 대한 항의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 감사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국회 TF 구성을 제안한다. 지난달 20일 여야정 민생회의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시 노사합의로 진행한다는 합의를 정부가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 국정조사·청문회 요구=노동계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여야정 민생회의에서 노사합의로 한다고 합의했다더니 그 뒤에 불법적 이사회 개최가 잇따랐다”며 “진상조사를 넘어 국회 특위를 구성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고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극에 달한 불법과 탈법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성과연봉제와 2대 지침 철폐를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를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목표 달성과 수익을 내게 하려는 것이 공공기관의 경영목표가 돼선 안 된다”며 “성과연봉제는 공공성을 해치고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와의 회동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시 불법과 인권유린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대통령이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