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후 최종심에서 실형이 확정돼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 재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최장기간 수감생활의 주인공’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얻게 됐다. 최 회장의 공백으로 SK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해야만 했다. 특히 그룹 경영과 관련된 굵직한 사안들이 최종결정권자의 공백으로 지지부진 되는 경우가 나오면서 “SK그룹은 비상사태를 체감 중”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최태원 회장의 연말 사면론이 정치권 일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 최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옥중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능력이 높게 평가되는 한편 국가 경제에 미치는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덕분에 ‘최태원 사면론’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사면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사면론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재벌 총수의 사면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여론 또한 팽배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 회장의 사면 문제가 재벌 총수에 대한 봐주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사면은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최 회장의 사면론 얘기는 아예 자취를 감춰 버렸다. 덕분에 SK그룹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국제유가 하락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SK그룹의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특히 더했다. SK그룹의 전체 실적에서 정유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실적 비중이 상당한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면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SK그룹 내 정유부문 자회사들이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결국 정유부문 계열사들의 모기업 격인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 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로운 논란거리가 불거져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총수의 부재 속에 실적마저 급격히 떨어진 이들 계열사의 임원 연봉 수준이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했던 전년에 비해 오히려 오른 것이다. 반대로 직원 연봉 수준은 실적 수준과 비례했다. 스카이데일리가 SK그룹의 정유부문 계열사들의 실적 하락 속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들과 이에 대한 업계와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그룹의 주춧돌 역할을 해 온 정유부문 계열사들이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계열사들의 등기임원들이 연봉을 올리면서 고액을 챙긴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계열사들은 실적 하락을 빌미로 직원 연봉을 일부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들어선 SK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SK그룹 주춧돌 정유부문, SK이노베이션·SK에너지 대규모 적자에 ‘휘청’ 최근 SK그룹 내 정유부문 계열사들의 등기임원들이 실적 하락 속에서도 고액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계열사들이 실적 하락을 빌미로 직원 연봉은 일부 내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계열사는 SK그룹 정유부문 계열사들의 모회사격인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 중 실적 비중이 가장 높은 SK에너지다. 금융감독원 및 SK그룹, 증권가 등에 따르면 SK그룹의 주력계열사 중 한 곳이자 정유부문 계열사들의 모회사격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뚝 떨어졌다. 그야말로 ‘실적쇼크’라고 불릴 정도의 하락세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연결)은 65조8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0.2%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실적 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달랐다. 큰 폭으로 떨어지다 못해 적자로 돌아섰다. 그 규모는 각각 영업손실 2241억원, 당기순손실 5356억원 등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적자는 약 37년여 만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관련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유가하락’을 꼽았다.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정유업 관련 계열사들의 실적이 뚝 떨어졌고, 모기업격인 SK이노베이션의 연결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들은 지난해 대부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 중 정유 계열사 중 실적 비중이 가장 큰 SK에너지의 실적은 특히 더했다. SK에너지의 지난해 실적(연결)은 매출액 41조4483억원, 영업손실 7832억원, 당기순손실 7548억원 등이었다. SK에너지의 적자 규모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 비해 더 큰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적자 사태는 SK에너지가 주도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SK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적부진의 원인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문제로 인한 유가하락과 함께 정제마진 축소 등 전 세계 정유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비용절감 등 실적개선을 위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적자 및 직원 연봉 삭감 속 대표이사 중심 등기이사 연봉 상승 ‘논란’ ▲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3년 최태원 회장에게 총 112억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기간 최 회장이 회사가 아닌 감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고액 연봉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그룹 에너지 부문의 실적 악화 속에 최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대규모의 적자 사태를 불러 온 SK에너지와 모기업격인 SK이노베이션 소속 임원들이 비교적 실적이 양호했던 전년 보다 더욱 많은 연봉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각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은 실적 저하 속에서도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경영을 이끄는 책임자들이 실적 저하의 책임을 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높은 연봉을 챙겼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적 저하를 이유로 직원 연봉을 전년 보다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즉, 실적 저하를 빌미로 일반 직원들의 연봉을 깎으면서 오히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가장 큰 임원들의 연봉은 올렸다는 지적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및 SK그룹 등에 따르면 임·직원 연봉이 공개된 지난해 3분기 SK에너지의 실적(연결)은 매출액 32조11억원, 영업손실 3281억원, 당기순손실 3399억원 등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0.5% 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SK에너지의 등기임원 한 명당 평균보수액은 오히려 올랐다. 이는 등기임원의 연봉 수준이 올랐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SK에너지 등기임원의 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3년 3분기 8463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1억8196만원에 달했다. 무려 115%나 오른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 3분기 임원보수총액 중 상당수가 대표이사 한 명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 기간 SK에너지의 수장이었던 박봉균 전 사장이 챙긴 보수는 무려 8억4812만원에 달했다. 등기 임원보수총액이 10억9147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등기임원에게 균등한 보수가 돌아간 게 아니라 대부분 박 전 사장에게 돌아간 격이다. 박 전 사장은 지난달 1일부로 SK에너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후임으로 정청길 대표가 취임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게다가 박 전 사장이 챙긴 보수 중 급여는 3억2400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5억1900만원은 전부 ‘성과급’인 것으로 밝혀졌다. 성과급이 비록 2013년의 경영성과금이라고는 하지만 앞서 2013년에도 적자를 기록한 점에 비쳐볼 때, 수 억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상당히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라는 게 SK에너지 안팎의 시각이다. 반면 SK에너지의 직원평균보수는 임원평균보수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직원 1명당 평균 급여는 2013년 3분기 7899만원을, 지난해 3분기에는 7656만원을 각각 나타냈다. 1년 새 약 3% 가량 하락한 셈이다.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또한 SK에너지와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연결)은 매출액 49조7582억원, 영업이익 2389억원, 당기순이익 5억원 등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2.1%, 영업이익은 83.2%, 당기순이익은 99.9% 각각 감소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등기임원 한 명당 평균 보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6%나 오른 17억500만원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는 김창근 SK수펙수추구협의회 의장이 23억2500만원, 구자영 부회장이 11억4300만원을 각각 챙겼다. ▲ SK그룹 정유부문 계열사의 등기임원들이 실적 악화 속에서도 연봉을 올리며 고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자 SK그룹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배신감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의 경영을 도맡는 동시에 그룹 최고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 의장과 구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수 십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았지만 정작 직원들은 달랐다. 지난해 3분기 직원 한 명당 평균 급여 수준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5792만원에 그친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SK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임직원 평균 연봉 하락은 실적 저하를 이유로 사내 임직원들의 연봉 삭감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작 등기이사의 연봉이 오른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배신감이 든다’는 얘기도 간혹 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