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신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진들이 직원들의 허리띠는 강제로 졸라매면서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의 성과급을 전면 삭감하고 복리후생비를 절반 가까이 쳐내면서도 임원들은 수억, 수십억원 대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고스란히 챙겼다. 리더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럴해저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고통분담은 직원만
SK이노베이션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성과급은 전면 삭감하면서도 임원들의 평균 급여는 오히려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사측은 임원 한 명의 퇴직금이 반영되면서 평균 수치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남은 임원은 직원들과 달리 1년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챙겼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실적난에 따른 고통 분담을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이사 등 임원진들의 평균 지급액은 5억2400만원으로 전년동기(3억900만원)보다 69.58% 상승했다.
실제로 등기이사의 1분기 보수총액은 40억5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5억9800만원)보다 14억6000만원이 늘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임원들의 이같은 보수액 증가는 구자영 전 대표이사의 퇴직금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금액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자영 전 대표이사가 1분기 수령한 퇴직금은 21억26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고정급여 2억500만원과 기타근로소득 항목 4억6800만원을 합산한 금액은 총 27억9900만원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구자영 전 대표이사의 퇴직금은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퇴임 당시 월 급여액 7750만원에 근무기간 약 6년을 반영한 뒤 임원 퇴직소득금액한도초과액을 제외해 산출됐다. 고정급여는 이사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기준에 따라 수행 직무의 가치 및 이사 재직기간을 반영하여 퇴직시점까지 연간급여 총액을 일할 계산하여 지급했다. 기타근로소득은 규정에 따른 퇴직금 중 임원 퇴직소득금액 한도초과액과 사내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에 따라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임원들도 일정부분 연봉을 자진삭감 했다”면서 “올해 1분기 등기이사의 보수총액이 늘은 것은 구자영 전 대표이사의 퇴직금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해명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또 다른 최고경영진 중에 한명인 김창근 이사회의장은 올 1분기 동안 금여로 12억4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기간 급여는 이보다 2억원 많은 14억4000만원이었다. 김 의장의 임금이 줄어든 것은 성과급이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에 따라 임원 성과급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직원들의 성과급은 전액 삭감돼 1분기 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00만원 가까이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직원들의 1분기 평균급여액은 197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835만원)에 비해 30.3% 감소했다. 1년 새 급여가 1/3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이는 급여뿐만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복리후생비는 1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97억원)에 비해 46.5% 감소했다. 사실상 직원들의 임금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복리후생비는 임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직원들의 복지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직원월급은 줄이고 임원월급은 늘리고 복리후생 절반 ‘뚝’…실적 악화 남 탓?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SK이노베이션은 연구개발비까지 삭감했다. 지난해 1분기 360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올 1분기 60억원 삭감돼 300억원이 됐다. 이에 장기적인 성장의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매각과 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시도했지만 2조5000억원이라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안팎의 지적에 시달렸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고 급한 불끄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금유동성 확보에 자식들을 동원하는 셈이다.
◆돌아선 실적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이 비상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실적 때문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성적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매출은 12조455억원으로 전년동기(16조8780억원) 대비 28.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3212억원으로 같은기간(2256억원) 대비 42.4%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33%에서 2.67%로 1.34%포인트 상승하며 두 배가 됐다.
향후 전망도 장밋빛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실적은 올 2분기 흑자전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 전문가는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매출은 1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1% 감소하겠지만 영업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인 8004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유가 상승과 정제 마진 개선 등으로 올해 연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종전보다 5.8%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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