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업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4조4,331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대법원 판결 전 재계는 비용부담이 38조원에 달한다며 위기감을 부추겼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1년 총 임금의 1%에 그치는 것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 공청회에서 "(소급청구를 제한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 3년치 소급분 등을 제외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매년 4조4,331억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대법원 공개 변론 당시 경총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기업이 38조5,509억원을 부담해야 하며 이로 인해 37만2,000~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38조여원 중 24조8,000억원에 달하는 통상임금 소급분을 제외시켰다. 대법원이 근로자가 못 받은 통상임금을 소급청구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면 지급의무가 없다고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소급청구를 아예 막은 것은 아니지만 일일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청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법원 판결 후 고용부가 1월 통상임금 지도지침에서 '퇴직자에게 재직한 날짜를 따져 주지 않는 상여금∙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함에 따라 경총은 매년 임금상승분을 애초 추정액의 절반 이하로 계산했다. 이 전무는 "재직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상여금이 취업 규칙의 절반 정도"라며 "첫해는 퇴직금 충당금 4조8,846억원을 합해 9조3,177억원, 이후부터는 매해 4조4,331억원의 추가 임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4조4,331억원은 우리나라 전체 임금인 443조2,666억원(2011년 기준)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재계는 "지급주기가 한 달을 넘는 임금은 모두 제외시켜야 한다"며 대법원이 인정한 통상임금 기준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경영상 불확실성이 크고, 대기업이 15~17%의 영업이익을 내는 반면 중소기업은 2~3%에 그친다"며 중소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노사관계학회 조사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임금 상승이 큰 업종은 완성차(20.17%)와 자동차 부품(9.4%)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을 하는 제조업체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통상임금 증가로 인한 임금상승은 0.8%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정소위 지원단은 기본급을 올리고 수당 등 임금체계를 간소화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사정 의견이 크게 엇갈려 당장 입법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노위는 15일 논의 결과를 전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