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된 SK이노베이션 임단협에 뒷담화가 무성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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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된 SK이노베이션 임단협에 뒷담화가 무성한 이유는?

무성 0 1209

천원기 기자

  • header_Twitter.gifheader_Facebook.gifheader_Blog.gifheader_Google.gifbtn_print.gif    btn_text_plus.gif크게   btn_text_minus.gif작게  최종 기사입력 2014-12-30 08:45

 

54.44%.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원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던진 찬성표 비율이다. 전체 2149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조금 넘는 1170명이 ‘임금 동결’ 합의안에 찬성했다. 첫 교섭인 상견례는 9월22일 예정됐지만 사측의 요구로 연기됐다. 무기한 연기됐던 임단협은 임금 동결을 제시한 사측의 요구를 노조가 받아들이면서 아름답게(?) 끝날 뻔했다.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임금합의 후 노사 회식이라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노조원은 분기탱천했다. 어려워서 이해해달라던 노조 집행부가 임금교섭 조인식이 끝나자마자 사측과 모여 축하 파티를 열었다는 내용이다. 서울 경북궁 근처 한 식당에서 술과 고기를 즐겼다고 했다. 일종의 뒤풀이였다. 그는 “허탈하다”고 했다. “현장은 침통한데 당신들은 웃고 즐기며 고기 먹고 술 먹으니 행복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 그게 안되는 일인가? 기자는 궁금했다. 다른 기업 홍보팀에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임단협 종료 후 뒤풀이는 하지 않는다.” 협상 내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텐데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 하지 않을까. 다시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경우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뒤풀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는 사고방식의 차이로 섞일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던졌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올해 동종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요즘 정유업계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연초부터 계속 힘들었다. 연말 보너스는 생각도 못할 처지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은 ‘임금동결’이라는 노사 대타협을 이뤘다. 칭찬해야 한다. 언론도 이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9월22일 상견례로 시작된 임단협은 노조원들에게 아무 설명 없이 집행부 독단으로 잠정 중단된다. 고작 위원장 이름으로 낸 담화문이 전부다. 이후 협상은 이달들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지난 12일 찬반투표에 붙였다. 노사는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합의를 한다. “언론 노출은 최대한 자제합시다” 노동조합 홈페이지도 돌연 비공개로 전환한다.

노조 측은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만 했다. 지난달과 같은 대답이다. 노조원들 불만은 쌓여만 간다. “민주노조를 표방하고 당선된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투표 결과도 최악이다.” 한 노조원이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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