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2급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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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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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은 2급 발암물질".. 밤을 잃으면 몸도 마음도 잃어
[저녁을 돌려주세요]<4>근로자 건강의 敵 ‘과로’동아일보입력2014.03.27 03:04수정2014.03.27 07:35
[동아일보]
올해 1월 강원 동해소방서 김모 서장(54)이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 서장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눈을 뜨지 못했으며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김 서장은 연말연시 연일 이어진 특별경계근무 때문에 매일 야근을 하다 과로가 누적돼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8일 밤에는 부산 사하경찰서 목욕탕에서 조모 경위(46)가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조 경위는 이날 오후 7시경 퇴근했다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경찰서로 돌아와 일을 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로는 단순히 업무능률이나 조직문화 개선 차원을 넘어 당신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치명적인 적이다.
○ '발암물질'로 규정된 야근
장시간 근로문화는 근로자 건강의 가장 큰 적이다. 특히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는 우리 조직문화 때문에 아파도 드러내지 못하고, 스트레스 정도는 당연히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28위)인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최모 씨(29·여)는 최근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피곤하고, 머리가 계속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한국 직장인들이 흔하게 앓고 있는 질병이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6월 직장인 9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만성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최 씨는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한다. 업무 특성상 야근은 필수이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 회식을 하면 밤 12시를 넘어 퇴근할 때도 많다. 대학생 때는 등산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입사한 이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요통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최 씨는 "휴일에는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 집에서 잠만 잔다"면서도 "자고 또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장시간 근로의 가장 큰 원인인 야간작업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RAC)는 2007년 20년 이상 야간에 작업을 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야간작업을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로 정했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근과 과로는 자체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야근을 하면서 먹는 고열량의 식사, 술 등으로 인해 체중 조절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며 "40대 남성들의 심혈관 상태가 60대와 비슷할 때도 많은데 이럴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열심히 일하다 마음도 병들어
장시간 근로는 마음도 병들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4∼9월 직장인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행복도는 55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위가 낮은 30대, 20대로 갈수록 행복도는 더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받았다'고 답한 비율(65%)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직업군인을 하다 전역해 방위사업체에 재직 중인 신모 씨(59)는 입사 초기 각종 술자리에 열심히 참석하다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다. 수개월간 통원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신 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역류성 식도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스트레스다. 신 씨는 "아직 살날이 한참 남았는데 봉급은 많아질 가능성은 없고, 회사가 그만두라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조직에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태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근과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 및 수면 부족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원인이 된다"며 "여성은 생리불순, 유산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가급적 야근을 하지 않아야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휴식은 근로자의 권리
근로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야근을 줄이고 낮에 집중적으로 일한 뒤 푹 쉬면서 운동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실제로 벨기에 핀란드 등은 야간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교대근무 등으로 야간에 작업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일 포르투갈 영국 등도 불가피하게 야간작업을 하더라도 하루 8∼1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근로시간 감축과 함께 근로자의 휴식과 건강관리는 경영자가 침해할 수 없는 고유의 권리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승은 수원대 교수(아동복지학)는 "사람은 보통 노동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여가를 즐기거나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며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쉬기, 운동 등 '건강시간'을 제일 많이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간들이 보장돼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강원 동해소방서 김모 서장(54)이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김 서장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눈을 뜨지 못했으며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김 서장은 연말연시 연일 이어진 특별경계근무 때문에 매일 야근을 하다 과로가 누적돼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8일 밤에는 부산 사하경찰서 목욕탕에서 조모 경위(46)가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조 경위는 이날 오후 7시경 퇴근했다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경찰서로 돌아와 일을 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로는 단순히 업무능률이나 조직문화 개선 차원을 넘어 당신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치명적인 적이다.
○ '발암물질'로 규정된 야근
장시간 근로문화는 근로자 건강의 가장 큰 적이다. 특히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는 우리 조직문화 때문에 아파도 드러내지 못하고, 스트레스 정도는 당연히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28위)인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최모 씨(29·여)는 최근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피곤하고, 머리가 계속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한국 직장인들이 흔하게 앓고 있는 질병이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6월 직장인 9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만성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최 씨는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한다. 업무 특성상 야근은 필수이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 회식을 하면 밤 12시를 넘어 퇴근할 때도 많다. 대학생 때는 등산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입사한 이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요통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최 씨는 "휴일에는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 집에서 잠만 잔다"면서도 "자고 또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장시간 근로의 가장 큰 원인인 야간작업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RAC)는 2007년 20년 이상 야간에 작업을 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야간작업을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로 정했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근과 과로는 자체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야근을 하면서 먹는 고열량의 식사, 술 등으로 인해 체중 조절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며 "40대 남성들의 심혈관 상태가 60대와 비슷할 때도 많은데 이럴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열심히 일하다 마음도 병들어
장시간 근로는 마음도 병들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4∼9월 직장인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행복도는 55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위가 낮은 30대, 20대로 갈수록 행복도는 더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받았다'고 답한 비율(65%)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직업군인을 하다 전역해 방위사업체에 재직 중인 신모 씨(59)는 입사 초기 각종 술자리에 열심히 참석하다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다. 수개월간 통원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신 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역류성 식도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스트레스다. 신 씨는 "아직 살날이 한참 남았는데 봉급은 많아질 가능성은 없고, 회사가 그만두라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조직에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태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근과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 및 수면 부족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원인이 된다"며 "여성은 생리불순, 유산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가급적 야근을 하지 않아야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휴식은 근로자의 권리
근로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야근을 줄이고 낮에 집중적으로 일한 뒤 푹 쉬면서 운동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실제로 벨기에 핀란드 등은 야간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교대근무 등으로 야간에 작업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일 포르투갈 영국 등도 불가피하게 야간작업을 하더라도 하루 8∼1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근로시간 감축과 함께 근로자의 휴식과 건강관리는 경영자가 침해할 수 없는 고유의 권리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승은 수원대 교수(아동복지학)는 "사람은 보통 노동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여가를 즐기거나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며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쉬기, 운동 등 '건강시간'을 제일 많이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간들이 보장돼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