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날짜 잇따라 잡혀…임금 부담 따른 경영위기 여부 최대 쟁점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노사간 전운이 짙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각 기업별 임단협의 향배를 가를 통상임금 소송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전후해 사실상 중단돼 있던 개별 기업들의 관련 재판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사건에서 재개된 것이다.
27일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기아차를 상대로 노조 소속 2만7천여명이 2011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다음 달 17일로 변론기일이 잡혔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2012년 4월 이후로는 열리지 않던 재판이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지난해 3월 회사 측을 상대로 같은 법원에 낸 통상임금 소송도 작년 11월 이후 진척이 없다가 최근 재판이 재개됐다. 지난 4일 변론기일을 열었고 다음 달 22일에 속행한다.
두 소송 모두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게 노조 측의 청구 취지다. 임금 청구 소멸시효인 최근 3년치 임금 중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못 받았던 부분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기아차 소송의 경우, 당초 정기상여금이 청구항목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노조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핵심 청구사항으로 주장할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측 대리인들은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사측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임금 청구액을 산정하는 등 변론 준비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시하면서도 이를 근거로 과거 3년간 덜 받은 임금을 돌려줘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소급적용 문제에서는 굵직한 단서를 뒀다.
이른바 '신의칙'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노사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럼에도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 측에 추가 임금을 주게 됐을 때 기업 경영이 크게 위협받는다면 안 줘도 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노조가 요구한 추가 임금 규모가 엄청나 회사 경영에 타격을 주는 만큼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조 측은 양사가 거둬들이고 있는 막대한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 임금을 감당할 만하다고 맞설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3년간 13조2천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노조 측은 임금 추가 부담이 회사 수익의 10분의 1 내지 5분의 1 규모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 소송의 경우에는 통상임금 판단 요건인 고정성 문제가 쟁점이 된다.
현대차는 근로자들에게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에 근무일이 15일 미만이면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기상여금은 업적과 무관하게 사전에 액수가 고정돼 있어야 하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해당 임금체계가 울산공장에만 국한된 것이고 이마저도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요건이라고 보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가 많고 잔업·특근이 빈번한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은 판례적 의미가 큰 데다 결과에 따라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돼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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