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부터 말하자면 기감직 문제의 본질은 "부패(腐敗)"임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임. 이러한 노조의 운영원칙은 자주적, 민주적, 계급 조직이라는 특성으로부터 나옴. 즉 사용자와 권력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조직이어야 하고, 그 주인은 조합원이어야 하며, 대중의 다양한 요구를 하나로 통일하고 올바른 원칙과 방향에 설 수 있어야 함. 그런데 지금의 SK 노조는 기본적인 운영원칙도 지켜지지 않은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 소위 "팔아먹었다"라고 일컫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유임

왜 그럴까? 

1. 강력한 사측의 보복
 -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관리자들이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고 호봉누락, 성과금 차등지급(LP) 등의 불이익을 줌

2. 불공정한 대의원 선발 과정
 - 노조와 조합원을 연결하는 중간고리 역할을 해야하는 대의원 자체가 사측임. 대의원 선발시 PL의 승인을 받아야 후보로 나갈 수 있으며 각 팀마다 사측에게 선정된 한 사람만 단일 후보로 나오고 있음

3. 부패한 노조를 견제할 수 없는 구조
 - 1,2로 인해 당선된 집행부가 부패하더라도 사실상 견제할 수단이 없음. 이번 통상임금 건만 보더라도 소급분이 한 푼도 없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했으나 막상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음. 결국 조합원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다수의 사측이 포진된 대의원대회에서 박수로 결정 나버림 

4. 상기 사항을 잘 알고 이용하는 사측
 - 사측이 제일 악랄한데 1,2,3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함. 노조에게 달콤한 사탕을 제시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임단협 안을 설정하고 여론조성을 통해 쉽게 조합원 다수의 찬성을 얻어냄

이러한 부패의 지속으로 인해 현재의 기감직 저년차는 임금,복지,워라밸,식사질 등 모든 면에서 동종사 중 꼴찌가 된 것임
이러한 실태를 알게 된 저년차는 개개인이 독립 투사가 되어 블라인드/노조게시판 등에 글을 올리거나, 조용히 이직 및 부업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면 부패를 잘라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상기 원인을 제거해야 함
어떻게? 가장 먼저 구성원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함. 현재 대다수의 고년차 선배들 사이에선 ‘강성 노조는 오히려 손해 본다’는 인식이 강함. 이건 사업장의 특성상 파업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그동안 회사가 안 해주고 버티면 그만이었기 때문임
그렇다고 어용 노조는 많이 얻어왔는지를 돌아보면 순간순간은 이득인거 같았으나 지나고 보면 손해인 일들이 많았음. 소위 말해 큰거 팔아먹고 작은거 얻어오는 일들이 반복됨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거때만 입발린 말을 하고 당선되면 팔아먹는 행태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강하게 질책해야 할 사항이라는걸 모두가 알아야 함. 또한 과거 팔아먹은 이력이 있는 자가 차기 집행부 후보로 나온다면 절대로 표를 줘서는 안 됨
이렇게 달라진 구성원의 인식 속에서 당선된 차기 집행부는 사측의 보복 수단(호봉 누락, 성과급 차등지급)을 없애야 함.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팀 내에서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조합원이 나오게 되고, 그러한 사람이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어용 노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함